레이디 그레이의 맛

[◎]


밀크티를 끓여줬던 아이가 있었어.

밀크티 맛은 일품이었고 비법은 비밀이라며 입을 다물던 아이였지.

남한테는 자주 끓여주면서 정작 본인이 마시는 모습은 볼 수 없었어.





아이는 밀크티에 피가 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자학이 심했고 지금은 내 옆에 없어.

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1,2,3차 대전을 한꺼번에 겪은 듯했지.



인터넷에 말야, [XXX에 억울하게 희생당한 A씨를 추모합시다.] 란 제목으로

'A라는 사람이 얼마나 큰 아픔을 겪었는지,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맞서기 힘들었다'같은

아무도 알아주지 못했던 A씨의 고통을 알리는 글이 간혹 보이곤해.

리플이 수십, 수백이 달리고 많은 이들에게 추천 받아서 사이트의 메인에 장식 되지.



난 그런 적극적인 대응은 못해. 나에겐 그걸 뒷받침할 논리가 없거든.

출생 신고도 안 했으니 그 아이가 실존했는지도 증명할 수 없는거야.

나는 내가 사기꾼이란 소릴 들을까봐 그 아이를 지켜주지도 못했어.

이제 어떻게 해야할까.

by Neng | 2008/04/20 02:01 | - 일상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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